문규리/송정은 기자
10년 동안 '레이 트레이싱(Ray-Tracing) 기반' GPU 개발에 주력
해외 업체가 점령한 GPU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국내 기업이 있다. 10년 동안 '레이 트레이싱(Ray-Tracing) 기반' GPU 개발에 주력해 온 실리콘아츠다. 실리콘아츠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출신 윤형민 대표가 2010년 설립한 업체다. 윤 대표는 VR아키텍처 등 프로젝트 리더로 일한 경험을 토대로 레이트레이싱 기술을 하드웨어적으로 표현하는 ‘레이코어(RayCore)' 반도체 칩 기술을 개발했다.
레이트레이싱 기술은 반사, 투과, 굴절, 그림자 효과를 실시간 처리하는 기술로, 이를 추적해 빛의 효과를 사실적으로 구현한다.
실리콘아츠의 '레이트레이싱' 기술을 적용한 자동차/실리콘아츠
'획기적인 기술'이라는 전문가들의 평가에 비해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주요 그래픽 인터페이스 (API:Application Programing Interface)가 실시간 레이트레이싱 기술을 지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API는 쉽게 말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서로 호환돼 작업할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매개체다. 물론 2018년 다이렉트X가 최신 버전에 레이트레이싱을 지원하기로 한 바 있다. 그러나 다이렉트X API는 특정 애플리케이션(소프트웨어)만 지원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플랫폼에서의 작업을 위한 API이기 때문이다.
내년부터는 게임 개발사들이 레이트레이싱을 구현하는 선택지가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달 크로노스 그룹이 개발한 불칸(Vulkan) API가 레이트레이싱 지원을 발표하면서다. 이는 Open GL(Open Graphics Library)로 특정 애플리케이션이 아닌 어떤 프로그램과도 호환가능하다. 레이트레이싱을 지원하는 생태계가 마련된 셈이다. 실리콘아츠 김진국 이사는 "이달 15일 불칸API에 대한 외부 공식 발표가 이뤄질 예정이다. 내년 3월 정도면 이 표준에 맞춘 제품 설계를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며 "레이트레이싱 글로벌 표준이 생겼다는 것은 게임개발자들의 공통 구심점이 생겼다는 것으로 매우 의미있다"고 말했다.
특히 실리콘아츠의 레이트레이싱 기술이 주목받는 것은 '초저전력' 때문이다. 실리콘 아츠의 전력소모량은 1W에 불과해 노트북, 스마트폰, 스마트패드에 적합한 게임을 개발하는 데 유리하다. 이미 GPU업계 우위를 차지한 엔비디아가 모바일까지 장악하지 못했던 이유 역시 높은 전력소모량 때문이다. 글로벌 업체들은 레이트레이싱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 트랜지스터를 많게는 약 100억 개에서 180억 개까지 사용한다. 이 때문에 전력소모량이 최소 160W가 넘는다. 반면 실리콘아츠의 트렌지스터 사용량은 10분의 1정도로 적다.
또한 실리콘아츠의 레이코어 GPU는 'MIMD'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설계돼 실시간 광선추적 구현에 효과적이다. GPU 아키텍처에는 'SISD(Single Instruction, Single Data)', 'SIMD(Single Instruction, Multiple Data), 'MISD(Multiple Instruction, Single Data)', 'MIMD(Multi Instruction Multiple Data)'로 총4개가 있는데 대다수 GPU업체들은 하나의 구조에 복수데이터를 다루는 'SIMD' 방식을 기반으로 한다. 반면 실리콘 아츠가 채택한 MIMD 방식은 여러 개 입력값을 한번에 연산해 출력하기에 독립적인 병렬작업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실리콘아츠 윤형민 대표는 "MIMD 방식은 명령어 조합에 얽매이지 않고 병렬성을 높인다"며 "다중 명령 다중 데이터 처리에 최적화돼 실시간 레이트레이싱에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실리콘아츠는 2018년 본격적으로 투자 유치를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가 GPU에 레이트레이싱 기술을 공식 지원하기로 결정하며 시장이 열렸기 때문이다. 윤형민 대표는 "2018년부터 5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받았다"고 말했다. 또 최신 GPU 기술 표준이 된 불칸 API 사용이 확대될수록 실리콘아츠의 레이코어 기술 활용 또한 활발해지리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실리콘아츠는 미국 본토를 중심으로 기술 상용화 기반을 닦고 있다. 퀄컴 이사 출신의 스티븐 브라이트필드가 CMO로 새롭게 합류해 실리콘밸리에서 글로벌 사업을 총괄한다. 지난 9월 미국 기술 스타트업인 픽실리카의 계열사 뉴젠그래픽스(NewGenGraphics)와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레이코어를 적용한 FPGA를 함께 개발·생산하며 통합 아키텍처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레이트레이싱 기술이 차세대 그래픽 렌더링 기술로 주목받는 것에 윤형민 대표는 "좋은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업체들로부터 칩 요청이 많다"며 앞으로 레이코어 기술 IP와 모바일용 칩 생산·개발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실리콘아츠는 코스닥 기술 특례 상장을 준비 중이다. 상장 시기는 내년도 후반, 내후년 초 정도가 될 예정이다.